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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능(Corporate Intelligence) 오디오

1. 들어가며

   “유머로 시작하라”는 탈무드의 격언처럼 흔히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를 지퍼의 사례로 구분하곤 한다. 건망증은 내려진 지퍼를 다시 올리는 것을 잊은 것이고 치매는 지퍼라는 객체를 인지(recognition)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기억장애라는 점에서는 유사성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의학적으로 뇌 조직의 신경 전달체계나 신경조직의 장애 또는 손상에서 초래되는 것으로 현대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는 현상이다.

    흔히, 기업의 지식관리(Knowledge Management)는 21세기 첨단경영의 기법중 하나로 널리 소개되고 있지만 보다 본질적인 기업 지능(Corporate Intelligence)에 관해서는 생소한 부문이고 이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사람의 경우처럼 기업의 지능은 존재하며, 기업의 지능이 높으면 정보를 신속히 처리하고 효과적인 의사결정과 주변 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효과가 있다.

이 글은 새롭게 대두되는 기업 지능에 대해 살펴보고 이에 기초한 조직의 지능 발전모델에 대한 함의를 구하기 위함이다.


2. 기업지능의 구성요소



   2.1 체계(Architecture)

 
    오래 전 한 일간지에서 개미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기사 내용은 개미의 집단지능(Swarm Intelligence)에 관한 것으로 한 개미가 먹이를 발견하면 서로 연락이나 하는 것처럼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고 가장 빠른 길을 찾으면 즉시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개미 무리가 가장 빠른 길을 찾아내는 비밀은 개미가 분비하는 페로몬이라는 화학 물질 덕분이다. 개별 개미는 페로몬이 더 많이 뿌려진 길을 선택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규칙만 따르지만 전체 조직은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집단지능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구성원이 단순한 규칙을 따르더라도 전체 조직의 행위는 복잡한 문제를 매우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집단지능의 활용은 복잡계를 다루는 과학부문에서 경영의 현실적 문제해결까지 점차 활용의 폭을 확대하고 있으며 그 성과 역시 상당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요구되는 데, 이 부문의 전문가인 John Arquilla와 David Ronfeldt는 "Swarming & The Future of Conflict"라는 글을 통해 집단지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기본적인 요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은 언제든지 서로 연락이 가능하고 긴밀하게 엮여져 있는 많은 수의 소수의 집단들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음은 많은 소수의 행동단위들에 명령과 제어권한을 분산, 위임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들 소수 단위들은 여러 다양한 형태로 분산되어 있다가 어떤 공통된 임무 수행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신속히 결집하고 임무를 완수한 뒤 다시 분산된다는 것이다.


2.2 일하는 방식(Process)


    개인이든 조직이든 새로운 일을 할 때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필요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경험과 일에 대한 노하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기업의 지능축적 체제는 지능생산체계를 포함하는 거시적인 순환구조, 조직 지능의 생산과 소비의 구조이다.
 

집단 학습이론에 이용(exploitation)과 탐험(exploration)라는 개념이 있다. 이 개념을 SK텔레콤 윤송이 박사의 한 월간지 인터뷰 기사를 인용해 설명할 수 있다.

  “개미가 어릴 때는 지식이 없기 때문에 되도록 많이 돌아다녀요. 오늘은 여기 가봤는데 맛있는 걸 찾았어. 다음에는 다른 델 가본다지. 이렇게 가능한 옵션들을 탐험하는 게 익스플로레이션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 중에서 베스트 날리지(Best knowledge)를 써먹는 것이 익스플로이테이션이다. 탐험심이 뛰어난 개미라면 10개의 길을 가보고 나서 또 다른 뭔가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11번째, 12번째 길을 찾아간다. 익스플로레이션과 익스플로이테이션이 조화를 이뤄야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고 개체와 집단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두뇌 연구할 때 자주 사용하는 개념이다.”


기업의 지능향상에도 익스플로레이션과 익스플로이테이션은 항상 같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다양한 시도와 시행착오, 실패를 권장하는 조직문화 그로부터 얻어지는 값진 노하우와 교훈이 더욱 경쟁력 있는 조직을 만들 수 있다.


2.3 지식 공유(Knowledge Sharing)


1967년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자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은 지구상의 사람들이 5명만 거치면 거의 다 알게 된다는 ‘6단계 분리(Six degrees of separation)’를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한 사회학자의 통찰력으로 세상이 의외로 좁다는 것과 사회 네트워크의 놀라운 잠재력을 실감케 한 내용이었다.

현재의 복잡하고 다양화된 기업환경은 개인의 능력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네트워크의 존재와 활용은 기업 지능 향상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기업내 지능 네트워크가 잘 정비되어 있으면 있을수록 새로운 흐름과 요구에 대한 정보의 신속한 처리와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코넬 대학의 Duncan Watts, Steven Strogatz라는 두 명의 학자가 "Nature"지에 기고한 스몰-월드 효과(small-world effect)라는 것이 있다.

  스몰-월드 효과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어떤 집단에 감기 걸린 사람이 한 명 나타났을 때, 모든 사람이 주변 몇 사람만 일정한 숫자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보다 각 구성원이 무작위로 여기 저기 연결되어 있는 경우 감기 전파 속도가 빠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엉뚱한 곳으로 연결된 구성원이 딱 몇 사람만 있는 경우에도 감기가 급속하게 퍼진다는 것이다.

스몰-월드 현상을 기업지능 측면에서 설명하면 잘못 설계된 네트워크 조직지능이 얼마나 빠르게 기업 지능을 황폐화 시키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마치 뇌세포의 일부만 손상이 되더라도 전체 뇌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것이다.

3. 기업지능 발전모델


  기업의 지능을 고도화하는 것에 대한 단일 처방(One best way)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지능 발전모델는 “체계, 일하는 방식, 지식 공유” 세 가지 요인 등의 상호작용을 통해 유기적인 역동성을 창출한다. 즉, 기업지능을 구성하는 구성요소들 간의 조화로운 조합을 통해 기업지능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 필자가 2005년 한 잡지에 기고한 내용을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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