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아톰의 슬픔

일간지 주말 서평에 신선한 책 소개가 흥미롭다.

영국 런던정경대 사회학과 교수 리처드 세넷의 "장인(匠人·craftsman)"이란 책이다.

책 중심점에 내가 좋아하는 한나 아렌트가 있군....


책 저자의 스승인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두 가지 이미지를 명확히 구분했다.

'아니말 라보란스(Animal laborans)'와 '호모 파베르(Homo faber)'가 그것이다.
 
아니말 라보란스는 매일 고된 일을 되풀이해야 하는 인간, 즉 일하는 동물로서의 인간을 의미한다.

호모 파베르는 판단력을 갖고서 노동하는 인간을 의미한다.

아니말 라보란스는 '어떻게?'라는 질문밖에 할 줄 모르지만 호모 파베르는 나아가 '왜?'를 묻는다.


아렌트는 구체적인 사례로 나치 인종청소를 '장인'으로 수행한 아이히만이나

원자폭탄을 '장인'으로 개발한 오펜하이머는 죄가 없다러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저 아니말 라보란스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년의 아렌트는 일하는 장인 보다는 정신적으로 고뇌하는 인간을 더 높게 평가했다.


저자 리처드 세넷는 스승 아렌트와 다르게 "일하는 동물"로서의 인간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지름신이 마구 유혹한다.

빨리 사라고....


최근 본 책 중에 비슷한 스토리텔링이 있다.

"아톰의 슬픔" - 1951년부터 "우주소년 아톰"을 그린 데츠카 오사무의 수필모음집이 그것이다.

1989년 2월 위암으로 사망하기까지 700여편의 만화와 60여 편의 에니메이션을 남긴 이,

아렌트의 가치판단을 차용한다면 생명의 존엄을 늘 생각한 "오모 파배르"였던것 같다.
또 한권의 책, 책이라기 보다는 마돈나(Madonna,1958)의 포토북 "(Sex, 1992)"이다.

단골 서점 귀퉁이에서 발견하곤 단숨에 구매한 책이다.

국내에선 발매되지 않았던 Rare-Item 급이지 아마...

ㅋㅋ

당시 그녀가 표현하고자 한 주제는 포르노그래픽과 살아있다는 것 - 생명력이라 생각한다.

섹스라는 주제를 계속해서 파고 들던 직설적인 그녀도
 
96년 딸의 출생이후, 사려깊고 정신적인 면을 추구한다는 또 다른 의미의 고뇌하는 "장인"이다.
LP중에 유사한 예로는

쇼팽스페셜리스트였던 호로비치가 1987년 3월 생애처음으로 연주한 모챠르트 협주곡으로

지휘자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와 협연한 음반이 있다.

당시 호로비치 나이는 83세로 나이를 뛰어 넘는 녹슬지 않은 "장인"으로서 "기교"와 "연주 완성도" 모두 만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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